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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대한 잡상

침묵의펭귄 2007. 5. 4. 12:50

몇몇 사람들이 초고대문명의 유산으로 여기는 고대 유적 - 피라미드 라든가 - 을 보고 있을 때 드는 의문이라면 뭣 때문에 이렇게 크게 만들었냐..일 것입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돌로 말이지요.

정말로 어느 초고대문명/외계인 지지자의 책에 나왔던 것처럼, 수천 년을 끄덕없이 버티고 후대까지 기록을 남기기 위해였을까요... 비록 현대인이 그걸 보고 무슨 의미냐고 하는 것은 별개로 치더라도요.

고대의 기록물은 그 크기에 비하여 기록된 양은 정말로 적습니다만, 반대로 인간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지요. 뭔가 기록되어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러나 현대 정보화 사회를 보면 기록물의 크기는 작아졌으나 기록된 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반면 인간이 딱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현대 정보화 사회가 만들어낸 대부분의 기록은 별도의 도구가 없으면 인간이 그  내용을 볼 수 없습니다. 가령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출력해놓으면 자신의 눈으로 언제나 직접 볼 수 있지만, 보조기억매체에 저장된 사진은 PC에 연결하든가 해서 밖에 볼 수 없는 것과 같지요. 어떤 도구가 없으면 그 기록물 자체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어떤 일련의 사건 - 대재앙이 될 수도 있고 - 으로 인해 그 도구를 쓸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기록된 내용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맙니다.  

또, 그러한 기록물들은 남겨놓더라도 내구성이 얼마나 갈 지는 알 수 없습니다. 1970년대 화성탐사선 바이킹이 보낸 자료를 기록해놓은 마그네틱 테이프는 30여년이 지난 현재 재생이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가까이 보면 몇 년 전에 구워놓은 CD들을 읽을 수 없는 것도 있지요.

초고대문명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그런 대단한 문명이 기록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기도 합니다만.. 현대정보화 사회를 보고 있으면 기록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세상에 수없이 존재하는 불가사의한, 고대의 거대한 유적들은 그런 기록물이 무용지물이 되던 때를 겪은 사람들이 후대의 경계를 위해 남겨 놓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