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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휴대폰을 두고 내리다..

침묵의펭귄 2011. 9. 3. 14:56
강릉 간다고 시외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비어있는 옆자리에 가방과 전화기를 두고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노래를 들으며 가다가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기사님 목소리가 들리고 차는 갓길에 멈춰서 있었습니다. 뭔일 있나 하곤 계속 자는데 차량고장이니 다른 차로 옮겨 타라고 하였습니다.

자다 깨서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내려서 옮겨 탔습니다. 자리에 앉고 휴대폰을 꺼내려하니 휴대폰이 바지 주머니에도 가방에서도 안 보였습니다. 블루투스 헤드셋에서는 계속 음악이 들려오는데 말이지요.

순간 고장난 버스에 놔두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버스는 출발했고 더 이상 음악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무선 허용 범위에 장치가 있으니 계속 음악은 들리고 잠결에 움직였으니 휴대폰에 미쳐 신경을 못 쓴 결과였지요.

바꿔탄 버스 기사분께 사정을 이야기 하니 고장난 버스의 기사분과 본인이 연락해보겠다 하시면서 - 회사도, 노선도 다른 버스들이어서(제가 타고 오던건 천안-강릉이었고, 바꿔탄 버스는 서울-강릉이었지요)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리에 앉아 일단 계속 갔습니다만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천안 강릉간 버스는 1시간 30분 간격인지라 고장난 버스 기사분이 다음 차에 인계해서 강릉에서 받는다 해도 강릉 도착 후 그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버스가 수리 한다고 천안이나 다른 곳으로 견인이라도 되었으면 며칠이 걸릴 수도 있지 않겠냐 등등.... 그러다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을 해서 기사분께 연락이 되었냐고 물어보았더니 고장났던 버스가 수리가 되어서 따라오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고장났던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왔고 무사히 휴대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휴대폰 없는 그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정말 이 휴대기기에 엄청나게 의지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없으니 고립된 느낌 - 어떻게 다른 분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나 - 부터 존재감이 사라지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휴대폰 아무 곳에나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문명의 이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